선풍기를 고르다 보면 3엽, 5엽, 7엽, 심지어 14엽까지 날개 수를 앞세운 제품들이 있는데요, 날개가 많을수록 바람이 부드럽고 고급이라는 광고가 정말인지 궁금하신 분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날개가 많을수록 바람의 결이 잘게 쪼개져 부드러워지는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무조건 날개 많은 게 좋은 선풍기인 것은 아니에요. 부드러움과 맞바꾸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리를 보면 선풍기 바람은 날개가 공기를 한 덩어리씩 쳐서 밀어내는 것이라, 날개 수가 적으면 한 번에 밀려오는 공기 덩어리가 크고 듬성듬성합니다. 바람이 얼굴에 닿을 때 퍽퍽 끊어지는 듯한 타격감이 있는 게 그 때문인데요. 날개가 많아지면 같은 양의 공기를 여러 번에 나눠 작게 잘라 보내는 셈이라 바람이 연속적이고 결이 곱게 느껴집니다. 오래 쐬어도 피로감이 덜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이고, 날개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서 바람 가르는 소음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요.
대신 잃는 것도 있는데요. 같은 모터라면 날개가 많을수록 저항이 커져서 바람을 멀리 보내는 힘, 즉 직진성과 도달거리는 오히려 손해를 봅니다. 그래서 거실 끝까지 바람을 보내야 하거나 한여름 들끓는 열기를 확 밀어내고 싶을 때는 날개 적은 쪽의 시원한 타격감이 더 낫다고 느끼는 분도 많아요. 날개가 많은 만큼 부품이 늘어 분해 세척이 번거로워지고, 같은 급에서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현실적인 차이입니다.
그리고 바람의 부드러움은 날개 수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데요. 날개의 휘어진 각도와 지름, 모터가 BLDC인지 AC인지, 풍속을 몇 단계로 나눴는지가 함께 작용합니다. 특히 BLDC 모터는 풍속을 수십 단계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날개 수가 적어도 약풍을 아주 곱게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 고급형은 날개 수와 BLDC 모터, 미세 풍속 조절을 묶어서 부드러움을 만드는 것이지 날개 수 하나가 비결인 건 아닙니다.
고르는 기준을 정리해 드리면, 침실에서 잘 때 켜두는 용도라면 날개 5엽 이상에 BLDC 모터, 미세 풍속 조절이 되는 쪽이 확실히 만족도가 높습니다. 반대로 거실이나 주방처럼 넓은 공간에서 시원함이 우선이라면 날개 수보다 날개 지름과 최대 풍량을 보는 게 맞고요. 분해 세척 편의성과 소음 수치(데시벨), 전기 사용량은 날개 수와 별개로 꼭 비교해 보셔야 할 항목입니다.
정리하면 날개 많은 선풍기의 바람이 더 부드러운 건 맞지만, 그 대가로 도달거리와 세척 편의, 가격에서 손해를 봅니다. 잠자리용이면 다엽+BLDC, 넓은 공간용이면 큰 날개와 풍량 위주로 고르시면 광고 문구에 휘둘리지 않는 선택이 돼요.